해당 책에서는 심리학 자체를 설명하기보다는 심리학이라는 학문의 흐름에서 중요한 논점을 주장하거나 심리학 자체를 깊이 이해하기 위한 책들을 정리해두었다. 또 일반인들에게 쉽게 접근하기 위해 어려운 전문 서적보다는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심리학자들이 쓴 읽기 쉬운 책과 논문들을 우선적으로 선별해두었다.
앞에서 말한 기준으로 책을 선별할 경우 선별할 수 있는 심리학자의 저서들이 수백 권에 달한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는 현대 심리학에 부합하는 기준으로 재선별을 거쳤다고 한다.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생물학적 인간에 초점을 맞춘 심리학
- 발달·성장하는 존재로서 인간을 다루는 심리학
-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을 설명하는 심리학
생물학적 심리학에서는 행동구조와 인지 시스템을 연구한다고 한다. 동물과 인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하기에 생물로서의 인간에 대해서 연구한다. 발달과 성장의 심리학은 발달 영역을 다루는 연구로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을 탐구한다고 한다. 사회적 심리학은 단어에서도 느껴지듯이 사회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본연을 탐구하는 사회 영역 심리학이라고 말한다.
심리학 연구에서 지향점은 3가지라고 한다.
- 내부의 규율과 원칙을 따르는 방향
- 눈앞에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
- 원칙의 틀을 넘어 발전하려는 방향
이런 심리학 명저에 대해 변화가 극심한 시대, 특히 빠르게 변하는 고도의 인공지능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Ⅰ. 인지행동 심리학
01. 심리학의 원리, 윌리엄 제임스(원저 1890)
윌리엄 제임스는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빌헬름 분트와 함께 ‘심리학의 아버지’, ‘근대 심리학의 창시자’라고 불리며 소설가 헨리 제임스의 형, 교육학자 존 듀이와 심리학자 에드워드 손다이크의 스승이기도 하다.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의 정신에는 생물학적으로는 설명 및 해석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던 인물이다. 해당 도서는 12년 동안 집필하였다고 한다. 기존에 의식은 정적인 것이라 여겨지던 것을 해당 책을 통해 의식은 유동적 성질을 지녔다고 주장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의식의 흐름’이라는 용어도 처음 사용하였다.
기존 로크가 불변하는 자아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윌리엄 제임스는 관찰하고 인지하는 주체적 자아(I)인 인식하는 자아와 이를 통해 얻은 자신에 대한 지식을 의미하는 경험적 자아(Me)인 인식되는 자아로 분류했다. 제임스가 끊임없이 말하는 의식의 흐름이란 지식을 쌓고 특정한 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라는 문구 역시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은 들어본 문구이다. 이것 역시 윌리엄 제임스의 사상에서 출발했다. 기존 심리학이 철학에 근접했다면 그는 철학과 자연과학적 측면 모두에서 접근했다. 그래서 그런지 절출론적인 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키워드 : 변화, 흐름, 다양성
02.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알렉사드르 로마노비치 루리야(원저 1968)
기억의 병리학에 대한 임상 보고서라는 점과 기억 전반에 대한 깊이 잇는 연구가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루리야는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신경심리학자로 유명했다. 루리야는 인간의 사고 과정을 분석하는 방법을 기술한 ‘연관 신경 방법’이라는 것을 고안했고 이것이 최초의 거짓말 탐지기의 원리가 되었다.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외운 내용을 얼마나 망각하는지를 측정하는 ‘에빙하우스 망각곡선’의 개념을 만들어냈다. 이를 시작으로 많은 심리학자들이 계속해서 기억들을 분류하고 연구하고자 노력했다. 루리야의 연구는 이러한 흐름과 함께 자신을 찾아온 특이한 기억력을 가진 남자와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를 연구하면서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보다 적당한 수준에서는 잊어버리는 망각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 키워드 : 기억, 망각
03.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 벌허스 프레더릭 스키너(원저 1971)
벌허스 프레더릭 스키너는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동시대 가장 위대한 심리학자로 평가받는 인물 중 하나라고 한다. 이 책은 그를 사회사상가로 인식되게 만들었는데 인간의 행동은 자신의 내부가 아닌 외부 환경을 통해 유래하며 자유의지를 가정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동시에 처벌이 아닌 보상으로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인간을 지나칠 정도로 단순화하고 객관화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심리학계에 반향을 일으킨 것은 마음을 다양하게 기술할 수 잇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반응 행동과 작동 행동이라는 것으로 행동을 분류했다. 여기서 반응 행동은 무조건반사와 같은 것들을 말하고, 작동 행동은 자발적인 행동으로 위에서 설명한 보상과 관련된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칭찬 받은 행동은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런 행동주의의 또 다른 대표 예시는 ‘파블로프의 개’다.
스키너는 인간에 대한 처벌을 반대했다. 처벌 대신 보상을 근거로 행동을 유도할 것을 주장했다. 허나 이것은 스키너 뿐 아니라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이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해당 부분에서는 조금 의아했지만 후술하는 설명을 보면 그들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는 이해가 갔다. 처벌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처벌하는 사람이 행동의 옳고 그름을 자의적으로 결정한다는 것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동의하기는 힘든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 키워드 : 보상과 처벌
04. 디자인과 인간 심리, 도널드 노먼(원저 1988)
디자인의 역할이란 곧 사용자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고 실수를 유발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엘리너 깁슨의 행동유도성을 노먼은 디자인에 도입했다고 하지만 정보를 활용했는지 활용하지 않았는지의 차이가 있었다. 엘리너 깁슨이 행동유도성 개념을 확립했다면, 도널드 노먼은 행동유도성의 활용을 인공물과 사용자에게로 확장했다.
▶ 키워드 : 디자인, 행동유도성
05. 낙관성 학습, 마틴 셀리그만(원저 1990)
낙관론을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셀리그만의 연구는 심리학사적으로 행동주의에서 인지주의로 이행하는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평가받는다. 학습성 무기력은 우울증 행동 모델로 알려져 있다. 무기력은 학습한다는 사실을 증명 및 인정 받았다.
▶ 키워드 : 긍정심리학, 무기력 학습
06. 왜 마음챙김 명상인가?, 존 카밧진(원저 1994)
마인드 풀니스(Mindfulness)란 먼 옛날 불자의 실천을 말하는 것으로 자신을 깊이 헤아리고 세계와 조화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실천해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임상심리사는 주로 심리학을 공부하고, 정신과 의사는 의학을 주로 공붕한다. 정신과 의사는 약물 치료가 가능하지만 임상심리사는 할 수 없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기에 임상심리사에게 마인드풀니스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 키워드 : 명상
07. 뇌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빌라야 누르 라마찬드란(원저 2003)
뇌가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고, 인간에 대한 전통적 철학 문제들은 뇌과학의 영역을 통해 연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귀한 신경 이상인 확각지나 공감각 같은 사례를 통해 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예술, 자유의지, 자아 등이 무엇인지에 대해 뇌과학을 통해 설명하면서 철학과 과학을 연결한다. 그는 혼선과 단선을 통해 환각지, 편측 공간 무시, 카그라 증후군, 공감각 등의 이상현상들을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 키워드 : 뇌과학
08. 데카르트의 오류, 안토니오 다마지오(원저 1994)
심신이원론을 비판하며 유기체로서의 마음, 뇌, 몸의 관계를 규명하려고 노력한 뇌신경 과학자이다. 데카르트의 주장처럼 인간을 이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모든 존재를 의심해야한다며 기존의 기득권인 기독교에 맞서 사유에 대해 주장하며, 근대과학의 성립과 독립적인 자아 형성의 계기를 마련한 이가 데카르트였다. 그리고 이는 21세기 인류사회의 근본적인 사상 기반을 만들었다고 평가 받는 데카르트를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틀렸다고 부정한 것이다.
그는 몸과 정신은 서로 부즉불리라고 말한다. 부즉불리는 물과 파도처럼 붙지도, 떨어지지도 않은 관계라는 것이다. 이것이 데카르트의 결함이라고 주장했다. 다마지오의 주장 중에는 사람이 판단할 때 감정적인 특정 구조의 도움을 받기 위해 소매틱마커를 따른다고 주장한다. 사람의 외부에서 발생하는 무언가에 대해 물리적 기반이 아닌 화학적 기반의 형태로 신체 반응이 일어나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외부 문제를 인식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성적 판단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고, 이성적 판단과 함께 감정적 판단이 함께 일어난다는 의미이다.
▶ 키워드 : 감정, 소매틱 마커 가설
09. 인간의 의사소통 기원, 마이클 토마셀로(원저 2008)
대형 유인원과 아동을 비교해 의사소통의 진화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마이클 토마셀로는 이 책을 통해 인간에게 고유한 의사소통 특징이 있다는 것을 계통발생적, 개체발생적 기원으로 규명한다. 인간의 의사소통의 가장 큰 특징이 협력 지향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 키워드 : 협력적 의사소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