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1편에 이어 2편 발달 심리학 편에 대해서 다뤄보자고 한다. 발달 심리학은 인간의 삶 전반을 통해 신체적, 심리적 및 사회적인 변화를 연구하는 심리학의 분야이다. 말 그래도 발달과 관련된 성장과 성숙을 과연 어떤 심리학 도서들이 중요하게 다뤄지는지 확인해보려고 한다.
Ⅱ. 발달 심리학
10. 지능의 실험적 도구, 알프레드 비네·시어도어 사몽(원저 1903)
최초의 아동 심리검사법을 만든 알프레드 비네와 시어도어 사몽은 프랑스의 아동 교육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고,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아동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아이의 나이를 지적 수준의 기준으로 삼는 방법 역시 이때 처음 등장하였고 이들이 제시하였다. 예를 들어 평균적으로 3세 아동이 할 수 잇는 일을 ‘3세 아동 수준’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지적 장애 판정에도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해당 검사는 지금처럼 종이에 체크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아이를 일정 기간 관찰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제시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심리학자인 루이스 터만이 1916년 해당 검사 기준을 지증지수라는 수치로 표현하며 IQ테스트의 전신을 만들어내고, 제 1차 세계대전에서 성인병력을 선발하는데 사용하면서 그 형태가 매우 다르게 변질되었다.
▶ 키워드 : 아동 심리검사법
11. 정신분석학 입문, 지그문트 프로이트(원저 1916~1917)
20세기 사상의 거장으로 불리는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을 분석하기 위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도구를 최초로 찾아낸 인물이라고 평가받는다. 프로이트는 착오 행위(실수), 꿈, 신경증(노이로제) 3가지는 서로 얼음과 물, 수증기처럼 서로 다르지만 연속된 것으로 본다.
착오 행위란 대립하는 심적 의향 사이의 갈등이 표출된 것이며, 불쾌감으로부터 도피하고자 하는 마음의 동기라고 본다. 프로이트의 가장 독창적인 관점은 꿈이라는 현상에 심리학적 분석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꿈을 무의식이 드러내고 싶어 하는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을 제어하려는 자아와 그 충돌과정에서 꿈이라는 결과가 빚어진다고 이야기한다. 무의식은 의식과는 다른 정신으로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무의식적 영혼에는 성적이고 파괴적인 충동과 욕구가 내재하고 있다고 말한다.
본래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은 밀접하지만 전혀 다른 분야이다. 그럼에도 프로이트는 발달 이론, 자아 이론, 신경증 치료법 등을 하나의 큰 정신분석이론으로 만들었고 이는 심리학과도 융합되어 더 큰 학문으로 발전시켰다.
▶ 키워드 : 정신분석, 꿈, 착오 행위, 신경증
12. 심리 유형, 칼 구스타프 융(원저 1921)
융은 프로이트가 말한 억압을 입증하고 이를 ‘콤플렉스’라는 단어로 이름 붙였다. 지금도 익숙한 콤플렉스라는 개념을 처음 사용하였고, 이는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에서 매우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이 콤플렉스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는 것만으로도 융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융은 사고와 감정은 대립되는 존재로 공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감각과 직관도 대립한다고 이야기했다. 융은 인간의 내면에 무의식 층이 있고 각 개체의 통합을 도모하게 하는 자아 원형이 있다고 주장했다.
프로이트와 함께 연구했던 융은 무의식에 대한 서로의 확고한 차이로 결별하게 되었다. 프로이트는 인간에게 억압을 일으키는 유일한 기제를 성욕이라고 봤다. 인간의 정신적 삶에 작용하는 성충동을 통해 욕망을 파악한 프로이트와 달리 융은 훨씬 더 넓은 의미인 정신적 에너지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융은 인간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관계 등 외면에 관심이 있는 사람과 자신의 주체 등 내면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 구분했다. 에너지가 외면으로 향하는 외향형과 에너지가 내면으로 향하는 내향형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기에 감각, 사고, 감정, 직관의 네 가지 심리적 기능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감각은 어떤 일이 존재하는 것을 짚어내고 사고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감정은 현시점에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직관은 그 미래를 알려준다고 이야기한다. 융은 이런 감각과 직관, 사고와 감정이 서로 대립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 키워드 : 감각과 직관, 사고와 감정
13. 교육심리학 강의, 레프 비고츠키(원저 1926)
구소련 심리학자인 레프 비고츠키는 생물학적인 토대에 사회적 환경이 적절히 어우러질 때 아이의 심리적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습 환경 조선의 중요성과 아이의 능동적 교육 참가에 대한 교사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레프 비고츠키의 저서들은 러시아에서 출판이 금지된 일종의 금서였다. 그럼에도 많은 심리학 분야에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교육심리학의 독자적인 발전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레프 비고츠키는 천재로 불리면서 동시에 단명했다는 요소 때문에 심리학계의 모차르트라고 불린다. 비고츠키는 고차심리 기능 연구를 통해 인격 전체의 발달에 대해서 늘 고민했다. 고차심리 기능이란 인간만의 고유한 기능으로 보통 자발적 주의, 기억, 의지, 사고를 말한다. 비고츠키는 인간의 고차심리 기능은 말로 매개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언어적 사고가 고차심리 기능의 핵심이라는 의미이다.
비고츠키는 ‘처벌은 노예를 키운다.’라고 말하며 처벌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했다. 또한 보수 혹은 보상의 경우 주는 방법에 따라 아이의 목적이 학습이 아닌 보상받기로 변질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비고츠키는 언어가 사고를 매개한다는 생각으로 언어의 발달은 외적 언어에서 내적 언어로 이행한다고 봤다. 이는 동시대의 장 피아제의 내적 언어에서 시작해 음성을 사용하는 의사소통인 외적 언어로 발달하는 주장과는 반대되는 이야기이다.
▶ 키워드 : 교육 심리학, 처벌 금지
14. 카운슬링의 이론과 실제, 칼로저스(원저 1942)
칼로저스는 내담자에 대한 상담자의 무조건적이고 긍정적인 관심과 일관적인 공감과 이해를 중시했다. 그는 모든 사람을 아우르고 이해하고자 하는 이런 가치관을 담아 자신의 접근법을 ‘인간 중심 치료(Person-centered therapy)’라고 명명했다. 칼로저스는 말년에 인종 간, 집단 간, 군가 간 분쟁 및 갈등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 노벨평화상 후보에까지 오르기도 했던 인물이다. 참고로 후보에서 그친 이유는 그해 같이 올라온 후보가 테레사 수녀였다.
칼로저스는 당시 주류의 상담 형식이었던 ‘지시와 설득’에 근거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형태에 대해 불만이었다. 그는 개인이 성장하는 것을 돕고 장래에 더 성숙해져서 통합된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키워주는 것이 상담에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내담자 중심 치료’를 말한다.
내담자 중심 치료는 상담 과정에서 상담자의 분석이나 해석과 같은 지시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무조건적인 수용과 공감적 이해를 바탕으로 내담자가 스스로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도록 돕는 상담 기법을 말한다. 보통은 환자라고 표현하지 내담자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칼로저스는 환자는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심리 전문가가 그 병을 치료한다는 건 모든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표현을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원인 규명이 반드시 치료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 키워드 : 인간 중심 치료, 내담자 중심 치료
15. 정체성과 생활주기, 에릭 에릭슨(원저 1959)
에릭 에릭슨은 문화가 인간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한 선구자로 불린다. 종으로서 인간은 한 가지 종만 존재하지만, 다양한 인간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 문화라고 봤다. 에릭슨은 아이덴티티 개념을 주장하며 심리학과 인문사회과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에릭 에릭슨의 정체성 개념은 프로이트 이후 정신분석학적 자아심리학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릭슨의 자아에 대한 고민은 자신이 직접 지은 자신의 이름인 ‘Erikson’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에릭슨은 Erik과 son의 합성어로 해석하자면 ‘에릭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즉 자기 자신의 아들이라는 의미로 자신의 자아 정체성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매우 재밌게 느껴진다.
에릭슨은 인간의 발달 순서는 나름대로 정해져 있으며 개별적인 발달 양상은 탄생 후의 여러 외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개인은 각 발달 단계에서 바람직한 발달과 그렇지 못한 과업 사이의 대립 과정을 조절하고 극복해나가게 된다.
▶ 키워드 : 정체성
16. 침묵에서 말하기로, 캐럴 길리건(원저 1982)
캐럴 길리건은 기존의 심리학과 도덕 이론이 오로지 남성의 목소리에 집중한 결과물이라고 비판한다. 프로이트, 에릭슨, 로렌스 콜버그, 피아제 등 심리학계의 거물들은 모두 여성을 배제했다고 주장하며 여성의 도덕 발달 기준인 ‘배려 윤리’를 제시했다. 이는 기존의 남성 중심적인 ‘정의 윤리’에 저항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 윤리’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주장한다. 캐럴 길리건의 이론은 페미니즘과 긴밀하다.
길리건은 남성이 개인의 권리와 정의, 평등 같은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반면에 여성은 사람들 사이의 구체적인 관계를 중시하여 도덕적 선택을 내린다고 말한다. 특히 타인의 고통을 민감하게 감지하며 관계를 해치고 싶지 않다는 책임감을 보인다고 바라본다.
▶ 키워드 : 페미니즘, 배려 윤리
17. 의미의 복권, 제롬 브루너(원저 1990)
인간이 ‘의미’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브루너는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곧 이야기 양식이며 이야기는 문화와 상호작용한다고 이야기한다.
▶ 키워드 : 이야기
18. 대화적 자아, 휴버트 헤르만스·해리 켐펜(원저 1993)
자아를 고정적이고 유일한 존재로 가정하지 않는다. 헤르만스의 대화적 자아는 항상 유동적이고 자유롭게 변화한다. 서로 다른 자아가 대립하는 것이 아닌 융화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기존의 서양 심리학에서는 단일한 존재로서 자아 개념을 줄곧 지지해왔다. 하지만 헤르만스는 여러 명의 자아를 인정한 시각을 통해 그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였다.
기존의 심리학에서는 자아를 존 로크의 사상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17세기 존 로크는 사회의 변화 아래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되는 감각의 원천으로서의 자아를 주장했다. 19세기 윌리엄 제임스는 I와 Me의 분화와 함께 사회에서 남에게 보이는 존재로서의 자아를 이야기했다. 20세기 에릭 에릭슨은 Identitiy인 사회의 과제를 뛰어넘어 성장하는 존재로서의 자아를 말한다. 21세기 휴버트 헤르만스틑 I-position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다양한 역할이 공존하는 존재로서의 자아를 의미한다.
헤르만스의 포지셔닝의 개념은 ‘~로서의 나’에 대해 자기 안에서 대화함으로써 자아가 구성된다는 것을 말한다. 여러 명의 자아가 단순히 병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위치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헤르만스의 자아 개념은 글로벌화 세상에 효과적으로 적용된다.
▶ 키워드 : 유동적 자아